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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5일

산책 나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한 여름엔 한 낮의 기온이 높기때문에 덥지 않을때,

이른 시간에, 해 뜨자마자 나갔었는데

요즘처럼 기온이 낮아지고 한 낮의 기온도 낮을땐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하루 중 해야할 숙제처럼 일찍 나가 걸으면 하루가 길고 좋지만

자꾸 게을러진다.

나는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고 햇빛을 좋아한다

적당한 여름 햇빛 속에서 약간의 땀을 흘리며 걷는 것이 좋다

썬크림만 믿고 모자도 쓰지 않는다

카메론팍을 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로히드몰 건너편인 왼쪽엔 초등학교가 있는데

운동장에서 방학 중 몇 동의 조립식 교실을 짓고 있다

피난지 임시 학교처럼 학교 교실은 조립식으로 지어져 있고

학생수가 늘어나면 그에 맞추어 조립식 교실를 만들어 이어붙이는 것같다

새 교실를 얹어 놓은 곳에는 방학 전 놀이터가 있었다

볼품없는 조그만 놀이 기구가 전부라 늘어난 새 놀이 기구에 신경을 좀 쓰나 싶었는데

새 놀이 기구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 교실이 들어섰다

만들어 놓은 새 교사는 몇 개가 더 있어 휑하니 넓어보였던 운동장이 좁아진다

주위에 고층 콘도들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어나 학생 수도 늘어나나보다

별 일 없는한 우리 손녀도 그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될 것이다

몰라서, 무모해서, 주제모르고 가진 것 없어도 아이들을 비싼 유치원에 보내고

렌트로 살면서 좋은 학군, 좋은 학교에 보냈었는데

나보다 현실적인 아이들은 수준에 맞는, 주제에 맞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것같다

조립식 교사는 정서적으로 삭막해 보인다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뛰어 다닐 것이다

 

딸은 요즘 뜨게질에 빠져있다

취업도 안되고 아이도 생기지 않아 약간 우울 모드였는데

뜨게질로 해소를 하고 있는 것같다

피트니트 센터에 등록해 운동도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선배가 하고 있는 유학원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게 되어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 일과 함께 갑자기 바빠졌다

딸이 피트니트센터에 등록을 하면 항상 이런 저런 일로 몇번 가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그래서 등록을 할까 말까 망설였었다

무엇이든 시작을 하고 오래가지 못해 남편의 눈치가 보인다고 망설였었다

그러나 의지를 굳히고 등록을 했는데 취업을 하게되어 꾸준히 하게 될지 모르겠다

딸을 보면 엄마를 따라가는 것같다

엄마가 어릴때 보여주었던 모습을 따라가는 것같다

아들도 딸도 미술에 소질을 보였었는데 딸은 결국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게 되었다

딸은 국민학교 저학년때

엄마가 가정주부로 사는 모습이 좋아보인다며 자기도 커서 가정주부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딸은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여러 직장생활을 전전하며 삶에 지쳐갔다

결혼을 하고 일을 줄이며 쉬는 시간을 가졌지만

아이가 없는 가정주부의 삶은 보람이 없고 지루함을 알게 된 것같다

아이를 가지려는 노력은 여전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갔으면 좋겠다

내가 가정주부에 머물지 않고 커리어 우먼이었다면 아이들이 그 길을 따라갔을까

아이들이 다 큰 다음에 일을 시작했지만

이민을 와서 가게 운영도 3년반 해보았고 직장생활도 15년 넘게 했다

아이들이 사춘기일 때는 집을 지키며 일을 하지 않았다

딸은 엄마를 보고 50이 넘어 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도 결혼하고 미국에 있는 6년 동안 아이가 없었다

결혼하면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의 노파심이 많았지 

나는 내가 아이낳기에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

아이가 없다고 근심 걱정은 커녕 항상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에 돌아와 집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다음

탈없이 연년생으로 아들 딸을 낳게 되었다 

아이가 없던 미국에서 책을 보며 독학으로 뜨게질을 했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뜨게바늘은 잔뜩 사 놓았었는데

딸이 뜨게질에 재미를 붙이니 딸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같다

딸에게 너가 생기기 훨씬 전에 사 놓았던 것이라 하니

딸도 잘 쓰다가 자기 딸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 모았던 그릇들도 딸에게 물려주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

그때 존재하지도 않았던 미래의 딸의 것이었나 하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들은 국민학교 저학년때

학교에서 엄마의 집에 있는 모습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받아

엄마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을 그려갔다

엄마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아들은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사주었는데 사 주는 책의 거의를 읽었다

이곳에 와서도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책을 사서 읽었다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는지

며느리가 아들이 쉬는 날 집안 일은 도와주지않고 침대에 누워 책만 읽는다고 불평을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때 나의 시간이 가장 많았다

유치원이 끝나고 유치원에서 하는 음악 미술학원에 들러오느라 

아침에 가면 오후 늦게 돌아왔다

그 시간을 이용해 교회 봉사활동도 했지만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었다

전통한복, 전통자수, 궁중음식, 병과, 전통술빚기 등등을 배우러 다녔다

티코를 타고 창동역에 주차를 해놓고 전철로 가기도 하고

티코를 타고 경복궁 가회동 원서동 서대문까지 가기도 했다

그렇게 배우며 만들어 온 병과를 아이들에게 주면

낯설어서 그리고 입에 맞지 않아 좋아하지 않았다

남편도 별 쓸데없는 것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고

시댁 사람들은 돈도 없는 주제에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쓰고만 다닌다며 말을 했다

1980년대 아무런 준비없이 미국에 갔을때

사람들은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다

ESL 공부를 하면서 한 과정이 끝날때마다 포트락 파티를 하는데

한국 음식은 무시를 당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었다

왠지 언젠가 다시 외국에 나갈 것같았고 그러기 전에 이것저것 배워놓고 싶었다

아들이 제빵을 배워 파티쉐가 되었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애가 왜 빵만들기에 관심을 가질까 했었는데

아무래도 병과를 배우던 엄마의 영향이 있었던 것같다

아빠는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니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엄마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큰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