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쯤 눈이 떠지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매일 다르다.
여름엔 새벽 일찍 산책을 하러 나가는데
요즘은 점점 게을러진다
산책하러 나가는 시간은 일정에 따라 들쑥 날쑥 달라진다
체중이 늘면 당화혈색소와 혈압도 같이 올라가 체중관리를 해야 하는데
작년보다 2킬로그램이 증가했고
3킬로그램 전후로 빠졌다 쪘다 하고 있다
어제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여름 낙엽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져 있다
찬바람이 느껴지면서 땀도 적게 나고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었는지 식욕이 나는 것같다
아들 며느리 일하는 일정에 따라 손녀 봐주는 시간이 달라지는데
둘 다 일찍 일하러 가는 날에는
아침 일찍 손녀를 봐주러 가야한다
아들은 가끔 요일이 바뀌긴하지만 일정하게 아침 7시 출근인데
며느리는 요일과 함께 아침 8시 출근이 됐다 오후 4시 출근이 됐다 하면서 시간이 바뀐다
며느리는 아침 8시 출근을 위해 집에서 아침 7시에 나가는데
손녀가 어린이집 가는 시간인 아침 9시까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 주일에 두 세번 아침 일찍 손녀를 봐주러 간다
이곳은 풀타임이라도 시간제로 페이를 받아서인지 일이 빡세다
일하고 오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살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봐주어야 한다
아들은 결혼하기전 집에서 손도 까닥하지 않고 살았었다
자기방 청소도 자기옷 빨래도 하지 않았었고 부엌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집밥이 입에 맞지 않으면 밖에 나가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사먹고 왔다
자기 마음대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다가 결혼을 했다
MZ이면서 집안의 영향인지 은근히 가부장적인 면이 많았다
그런 아들이 결혼을 하고 나더니 변했다
며느리를 도와 온갖 집안 일을 같이한다
그런 모습이 생소했지만 요즘은 다 그렇게 사니까
손녀를 낳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육아는 또 다른 세계다
손녀를 낳기 전의 결혼생활이 소꿉놀이였다면
손녀를 낳은 이후의 삶은 전쟁이 된다
집에 있던 며느리가 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맞벌이가 시작된 후는 더 힘들어졌다
아들이 살림은 어찌 어찌 돕겠지만 육아는 벅차한다
지금은 육아고 살림이고 다 힘겨워 하는 것같다
며느리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일을 하지 않고 살았는지
치우고 정리하는 일을 잘 못한다
둘째를 낳지 않을거라 하면서
손녀가 태어나 지금까지 입던 옷과 장난감, 온갖 물품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투 베드룸 콘도인데 손녀 물품들로 꽈악 차있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한다면 물건이 늘어날뿐 복잡함이 달라질 것같지 않다
재활용품점에 기증을 하라고 하니
당근마켓을 통해 정리를 할거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일년이 되고 이년이 되고 삼년이 된다
집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같고 빨래도 겨우 세탁기에 돌려만 놓는다
아침에 손녀를 돌보러 갔을때 빨래를 돌려주거나 돌려놓은 빨래를 접어 정리를 해준다
재할용 쓰레기들도 항상 방치 상태이다
우리집은 일층이라 계단으로 내려가
아래층 주차장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쉬운데
아들네는 11층이라 지하 1층에 있는 쓰레기 수거함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문을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가야한다
나에겐 아들네 엘리베이터 펍이 없어서
아침에 아들네에 가게 되면 며느리가 출근하기전 며느리 펍으로 재활용 쓰레기들부터 버려준다
이런일들은 며느리가 싫어한다
자기 살림에 관여하는 것이 싫다며 거부를 하는데
내가 하지 않으면 쓰레기들이 더 쌓일 뿐이다
그래서 며느리도 포기하고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일은 내가 해주게 되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고 온 아들 며느리는 손녀를 돌봐야하는데
힘들면 집밥을 포기하고 저녁도 밖에 나가 사먹거나 배달을 해서 먹는다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여서인지
집안 일은 제쳐두고 손녀와 셋이 밖에 나가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살려고 한다
어쩌면 그것이 더 현명한지 모르겠다
일하면서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아이들을 잘키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능력이 남달라 그런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불행감을 느끼며 사는 것보다
집안 일을 미루고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나은 것같다
그래서 이곳의 외식문화가 발달하는 건지.
하루 한끼 해먹기도 힘든 나라인 것같다
아니면 하루 한끼 해먹기도 힘든 시대가 된 것인지
외식으로인한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나는 언제든 아들네의 행복을 위해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