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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8일 수요일

결혼하고 일 년에 두 번 시부모님 기제사만 지내 오다

작년부터 시댁 큰 동서의 명령으로 시부모님 설 추석 명절 차례를 맡게 되었다.

대신 시부모님 제사를 합사하라고 해 일 년에 세 번 지내게 되었다

사대 봉사를 하던 집에서 자라

일 년에 두 번 기제사 지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나이가 드니 힘들어진다

시부모님 제사를 합사해 한 번으로 줄어든 대신 명절을 두 번 치르게 되니

더 힘들어지는 것같다

결혼하자마자 미국으로 가게 되어

미국에서 남편과 둘이 제사를 지냈었다

친정 제사때는 많은 친척들이 제사에 참례를 했고 많은 친척들이 함께 제사 음식을 준비했었다

부모 형제 자매 친척이 없는 미국에서는 달랑 혼자 제사 음식을 만들어 준비를 했다

그나마 시할아버지께서 제사를 간소화해 놓으셔서 혼자 준비할 만했다

한국에 와서도 시댁 친척들과는 멀리 떨어져 살아 가까운 지방에 사는 시동생네만 참석을 했다

그러다 이민을 와서는 다시 우리들만의 제사가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아르바이트, 일로 바빠 지금까지도 제사는 나와 남편의 일이다

딸은 오빠가 돕지 않는 부엌일에 자기만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아해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이번 차례에 와서 차례 음복 설거지를 다해 주었다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도 제사 준비와 음식 준비는 나와 남편의 일이다

남편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는 방법으로 제사밖에 모른다

남편과 내가 죽고난 다음 제사가 아이들에게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아들이 기독교인이라 교회에서 합동 차례 예식이나 위령예배로 대신할지도 모르겠고

그정도도 잊지 않고 해준다면 감사할 일이다

요즘은 제사 명절을 집에서 지내지 않고 절이나 종교기관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그나마도 하지 않고 아예 제사 명절을 없애는 집도 많다고 들었다

멀리 떨어져 살아 한국에 사는 지인들에게 소원하게 지내다

명절때라도 안부를 전해야겠다 싶어 카톡을 보냈다

네 명의 국민학교 동창 중에 시댁에 차례를 도우러 간다는 친구는 한 명이었고

세 명의 친구들은 명절에서 해방이 되었다고 한다

명절날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한다는 친구도 있고

자식들이 집에와 같이 지낸다는 친구도 있었다

손주들과 연로한 친정 부모님의 음식을 만들어 갖다 줄 예정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딸만 둘이었던 대학 동창 하나는 명절때마다 딸의 가족들과 하루밤을 같이 보냈는데

이제는 힘들어서 하루 만나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제사가 평일이면 하루 휴가를 내어 준비를 했다

나중엔 하루 휴가로는 힘이 들어 이틀 휴가를 냈었다

돌아가신 시부모님을 기리기 위한 집안 행사라고 휴가 이유를 이야기하면

매니저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아무 조건없이 들어주었다

일 년에 두 번씩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청하니 매니저도 연례 행사로 이해를 한 것같았다

이곳에 와서 살면서 기독교와 유교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된다

실버타운에서 일하다 보면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분들의 가족 방문을 보게 되는데

부모에 대한 걱정으로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과 사랑의 마음으로 찾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마음이 없다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그러하겠지만

그보다는 유교에 의한 부모에 대한 효의 의무감에서, 남에게 보여지는 체면때문이

더 작용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명절도 한국은 유교에 의한 의무감으로 차례를 준비하고 가족들이 참석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도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모인다

가까이 사는 가족들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지방이나 외국에 사는 가족들도 모인다 

그들은 의무감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만나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모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맞이하는 가족 중에 호스트나 호스티스가 되는 분은 

집 청소도 해야 하고 그들이 묶을 방 준비도 해야 하고 그들이 먹을 음식 준비도 해야 한다

전에 다니던 직장의 나와 나이가 비슷했던 백인 여자 상사가 호스트의 역할을 하는지

명절때마다 모든 일을 자기가 혼자 다 해야 한다며 무심코 푸념을 하는데

한국의 종가집 종부가 할만한 소리를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한국이든 서양이든 가족이 모이려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같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과 의무감에 억지로 하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같다

가족 모임을 위해 멀리서 오는 가족들의 희생도 있다

휴가를 자기만의 이기심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며 먼 길을 오는 사람들도 있다 

유교는 남아선호사상, 장자선호때문에 큰 아들 중심으로 모이지만

서양은 오히려 장녀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같다

이민간지 오래된 뉴욕에 사시는 기독교인인 오촌 당숙네는

서양식으로 한국의 추석을 지내지 않고 추수감사절을 지내시는데

온 가족이 장녀집에 모인다

한국의 유교 전통도 없어지고 서양의 기독교 정신도 없어지고 무엇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나와 개인주의, 이기심만 남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