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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1일 수요일

어제는 손녀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서 딸네집에 들렀다.

사위도 마침 집에 있어서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는 산후 조리원이 없어서 

며느리가 손녀를 낳을 때

며느리의 친정 어머니는 한국에 계시고 나는 직장 생활 중이어서

며느리는 집에서 한달간 산후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 나는 은퇴를 했고 딸의 친정 엄마라 딸이 아이를 낳는다면 내가 딸을 도와야할 입장이 되었다.

처음엔 딸네집에 가서 딸의 산후 조리를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딸이 우리집에 와서 산후 조리를 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딸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친정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같다

그랬더니 사위가 한달간 쉴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아이도 없고 딸과 두 식구인데 집에서 쉬지 못하고 살아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구속인가?

구속이긴하지.

아이가 없는데 쉬지 못하고 사는 삶에 아이가 생기면 앞으로 더 쉴 수가 없을텐데

아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며느리만큼 아이를 키울수 있으려나 

딸과 사위는 아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바라시는 것같다

그래서 낳아야 하나 보다, 낳아야 할 것같다 하고 생각하는 것같다.

아이 하나 때문에 꼼짝 못하고 고생하며 사는 아들 며느리를 보면 

낳으라는 말도 못하겠고

늙어서 자손이 없으면 외롭고 쓸쓸할 것같아 아이가 하나는 있어야 할 것같고

신혼이 지나 헤이해지는 부부 관계 속에 아이는 부부의 결속을 다져주는 존재같아 있어야 할 것같고.

자식이 무엇인지.

남자라면 모르겠지만 여자에게 용띠는 센 띠라고 했었다

아들을 낳으면 괜찮겠지만 딸을 낳으면 어떨지.

사실 딸도 말띠인데 옛날엔 말띠도 여자에게 센 띠라고 했었다

사주를 보지 않는 사돈 덕분에 그런 걱정없이 결혼을 하고 잘 살고 있다

시대가 달라져 세다는 여자 용띠가 지금의 세상에 더 잘 맞고 더 잘 적응하며 살아갈지 누가 알랴

결혼할때 부부 궁합을 보는데 자식과의 합도 잘 맞아야 할 것같다

부모 자식간에 합이 맞지 않으면 평생 고생인 것같다

나는 엄마가 둘인 팔자라 아버지가 바람을 핀다며 엄마의 구박을 받아야 했다

아버지는 잘 생긴 외모에 매력이 많은 분이라 가만 있어도 여자들의 유혹이 많았을 것같다

하지만 가풍 탓인지 아버지는 가벼운 바람은 피우셔도 첩을 두거나 가정을 버리는 분은 아니셨다 

가정과 가족과 자식들을 남녀 차별없이 무척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이셨다

단지 사랑의 방법이 구세대적이라 일방적이고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어서

지나친 집착이 자식을 망치는 결과가 되었다 

음식점을 하시는 분과 오래 사귀시기는 했지만 

나의 결혼을 계기로 집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점이 틀린 것이 아닌지  결혼을 하고 보니 시아버님께서 부인이 둘이셨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결혼 초부터 술집 작부이던 작은 어머니를 첩으로 들이신 것같다

작은 어머니는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으셨는데

그분들을 보면 작은 어머니께서 상당한 미인이셨던 것같다

시어머님께서 딸을 먼저 낳으시고 작은 어머니께서 아들을 먼저 낳으셨다

시어머님께서 딸 셋을 낳으시는 동안 작은 어머니께서는 딸과 아들을 더 낳으셨다

그 이후 시어머님께서 남편과 시동생을 더 낳으셨다

시어머님께서 아들 둘을 낳은 결과인지 친척들의 압력으로 

작은 어머니는 아이들을 두고 떠나셨다

작은 어머니의 아이들은 시할아버지에게 소박맞고 홀로 사시는 시할머니가 키우셨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남편 형제 자매들은 시아버지의 발령 임지를 따라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사셨는데

시아버지께서 술로 월급을 없애시고

돈을 가져다 주지 않으셔서 시어머니께서 온갖 일을 하며 사셨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남편도 결혼후 나에게 한달 생활비를 줄 뿐 보너스는 커녕 월급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생활비를 주지 않은 시아버님에 비하면 대단한 호혜이다 

작은 어머니의 자식들을 시아버님 호적에 올려야 해서

남편은 적장자이지만 호적상 세째 아들이 되었다

큰형님과는 나이 차이만도 열살 이상이 나는데다

시어머님도 남편이 군대에 있을 때 심장마비로 일찍 돌아가셔서

남편의 힘이 되어줄 사람이 없었다

큰형님은 어릴때 한약을 잘못 먹어 약간 모자란 분이 되셨다는데

학교도 다니지 못한 가난한 집안의 생활력 강한 야무진 여자를 만나

집과 재산과 장자권마저 다 차지 하셨다

남편과 결혼후 받은 것은 시부모님의 제사였다

거기에 그들의 어머니인 작은 어머니 제사까지

작은 어머니의 제사를 따로 지내지는 않지만 시아버님 제사에 항상 같이 하신다

따로 지내던 시부모님의 제사를 작년부터 합제를 하라는 큰형수의 명령에 

이제는 세 분이 당당히 제사상에 오르신다

사백년 대가 끊어지지 않은 적장자의 집안에서 자란 나는

티비 드라마에서나 볼듯한 시댁의 무질서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

다행히 그들과 멀리 떨어져 살아 부딛힐이 없었던 것

남편이 첩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가 됐을까

한 남자를 두고 산 시어머님과 작은 어머니 두 분 다 불쌍한 인생이셨다

시어머님의 친정도 첩이 많은 첩첩 산중이셨고

시할머니도 사삼사태로 친정 부모 형제를 한순간에 잃으신 불쌍한 분이셨다

거기에 남편에게 소박을 맞아 홀로 사신 박복한 분이셨다  

그분들의 대를 이은 오기랄까

악착같이 가정을 지키며 보란듯이 끝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것이 남편과 살아가는 힘인 것같다

남편도 어머니를 생각해서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에게 들키지 않았을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바람들은 있었다

그것도 많이 있었을 것같다

어쩌면 숨겨 좋은 여자와 자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중 살림을 하느라 늘 돈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바람으로 난리가 난 연예인들을 보면 남자의 바람기는 어쩔수 없는 것같다

같이 살려면 감수를 해야 하고 그럴수 없으면 이혼을 하는 수 밖에 없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