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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3일 토요일

은퇴하고 일년,

한국에서 밤에 와서 따로 작은 방에서 잠만 자고 새벽에 회사로 출근하던 남편과

이민와  하루 스물 네 시간을 함께 하며 

결혼하고 이십 년 알아왔던 남편과 다른 모습을 새삼 알아 가며

그동안 몰랐던 남편의 다른 모습들에 많이 실망을 했었다

남편은 남이다

나와 다른, 나와 성장 환경과 과정이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참 단순하게 남편은 나를 처음 만나자 마자 결혼을 하자고 했고

나도 그러자고 했다.

전생의 인연인지 팔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잘했고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남편은

피 보는 일을 하면 안된다는 시할아버지의 반대로 의대에 가지 못했다

남편은 자기가 의사가 됐으면 나같은 것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남편과 만날 인연이었다면 의사가 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나도 의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역시 의사가 되고픈 희망으로 고등학교때 이과를 택했었다

남편이 의사가 되지 못해 나도 의사가 되지 못한 것 아닐까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민와 남편도 나와 같은 밤 일을 해 낮에는 집에 같이 있었지만

잠을 자느라 부딪힐 일이 없었다

은퇴를 하고 나니 밤낮으로 함께 있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최소한으로 숨만 쉬고 살고 있다

이곳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우리는 몰게이지가 남아 있지만 집이 있어 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가 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내가 돈을 벌면서 돈을 쓰는 여유가 있었지만

어릴때부터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최소한의 생활을 해 와 낯설지가 않다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 나의 권리를 내세우며 누구에게 돈을 달라는 말을 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살아왔던 것같다

요즘 돈에 대한 욕심이 나는 것은

돈에 여유가 있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때문이다

우선 아이들이나 만나게 되는 지인들이나 친척들에게

돈 걱정 하지 않고 밥을 사주고 차를 사주는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를 해도 일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을 벌면 세금이 많다고 한다

최소한으로 조금 일할 수 있는 것같다

그래서 은퇴후 일하던 직장에서 은퇴인으로 파트타임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남편이 세금이 많이 나온다고 반대를 했다

그리고 건강이 안좋아서 그만두었다

일을 하려 해도 건강이 바쳐주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몸이 너무 힘들었었다

은퇴 후 일년 동안 한 일은 매일 한 시간 정도 걷는 것이었다

스물 네 시간을 함께하는 남편에게 갑갑함이 느껴지거나 울화통이 터질때

밖에 나가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풀어진다

작년 4월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지난 일 월의 혹한기외에는 거의 빠짐없이 걷고 있다

걷기 시작하면서 겨울엔 어떻게 걸을까 걱정했었는데

작년 12월까지는 따뜻했고

눈이왔을 땐 작년 여름 세일때 사 둔 겨울용 고무 장화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

고작 열흘 정도 사용했지만 해마다 계속되는 폭설에 내년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같다 

은퇴를 하기 전에는 은퇴를 하면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 하면서 꿈이 많았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 나니 무엇을 할, 무엇을 시작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의 은퇴를 기다렸던듯 며느리가 일을 시작해 손녀 보는 일이 생겼다 

소일거리겸 손녀를 볼겸 일 주일에 며칠 손녀를 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손녀도 혼자 있을 때보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서 몸과 마음과 정신이 비약적으로 성장을 하는 것같다

아침마다 가기 싫어하는 손녀를 어린이집에 들여 보낼땐

보육원에 맡기는 것같아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아이들은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성장을 하는 것같다 

누구는 남은 육십 년을 대비하며 사는데

나는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겠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후회가 없을지 빨리 할 일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