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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0일 수요일 (2)

내 안의 모든 어두움을 몰아내고 나는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버지는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자셨다

꿈이 많은 분이셨고 그 이상과 꿈을 꿈으로 두지 않고 현실로 이루고자 하셨다

얼리어답터인 집안의 가풍을 따라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살고 싶어 하셨다

대학생인 아버지는 서울 외삼촌댁에 머물다가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독립을 하셨다

강릉에서 사대봉사를 하는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한 엄마가

외할아버지에게 졸라 서울에 집을 마련해 올라오셨다

정릉 국민주택 100번지

그곳에서 내가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집을 바탕으로 3년에 한번씩 이사를 하며 집을 늘려가셨다

나의 첫집에 대한 기억은 안암동? 시장 근처의 이층이었던 적산 가옥집이다

엄마가 불파마를 하러다녔던 기억이 난다

거지가 쓰레기통을 뒤져 생선뼈를 햩아먹던 모습도 생각이 난다

이층엔 권투선수 출신의 아저씨 부부가 나보다 한살 많은 딸 하나를 두고 세들어 사셨는데

그 딸을 금지 옥엽 예뻐하고 그 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같은 딸인데 누구는 저렇게 사랑을 받고 난 왜 이렇게 찬밥 신세일까하며 부러워 했었다

난로 위에 커다란 대합을 구워 딸에게 정성스럽게 먹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두번째 집은 보문동의 개량 한옥이었고 그곳에서 여동생이 태어났고 오빠가 국민학교에 다녔다

그다음은 돈암동에 있는 개량 한옥이었는데 아버지가 전체적인 수리,

요즘말로 리모델링을 하셔서 이사를 했다

할머니가 강릉에서 감자를 화물 기차편에 보내시면 엄마와 서울역까지 걸어가

택시를 부르듯 리어커를 불러 감자를 실고 집까지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겉은 냉장고 모양인데 얼음을 넣어 사용하는 수동?냉장고를 사왔던 기억도 난다

1963년 캐네디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절이다 

그곳에서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고

공부 잘하는 오빠를 위해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한 아버지는 가회동으로 이사를 하셨다 

처음 집은 역시 일본식 적산가옥이었다 

리모델링을 해 이익을 보셨는지 그집도  전체를 리모델링을 해 파시고

국민학교 근처의 양옥집으로 이사를 하셨다

그리고 그때까지 남아있던 한 초가집과 그 집과 붙어있던 작은 집을 허물어 드디어 첫 집을 지으셨다  

은행융자로 집을 사고 지으셔서 빚때문에 한 집에 평균 3년을 살았던 것같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는 한남동에 대지를 불하받아 한남동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역시 은행융자 때문에 그 집을 팔고 같은 동네에서 이사를 했는데

그집에서 은행융자를 벗어나 온전한 집을 마련하셨다

그집에 살면서 나는 결혼하여 미국으로 떠났고 그 다음해 아버지는 사업으로 그집을 잃으셨다

아버지는 첫실패를 극복하지 못하셨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살으셨는지 육십 하나에 일찍 돌아가셨다

미남 미녀인 부모밑에서 미스코리아감의 미녀가 나와야 하는데

나는 할머니를 닮아 작고 평범했다

그래서 친척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못생겼단 말을 들었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닮았다고 예뻐하셨는데 엄마는 할머니를 닮았다고 미워했다

친척들은 예쁘지도 않은 아이를 아버지가 예뻐한다고 했는데

딸바보인 아버지는 나를 예뻐하셨다

국민학교 3학년때 아버지는 필리핀으로 몇달간 공무원 연수를 가셨는데

가시기전 사진에 취미가 있으시던 아버지가 나만 비원으로 데려가 사진을 찍어 가시고 가셨다 

식구들 생일을 챙기시던 아버지가

엄마가 나의 생일에 소홀하면 생일 상을 다시 차려주라고 해 거한 생일상을 받기도 했었다

고등학교땐 아버지가 출근하시기전

나를 청진동 해장국집에 데려가 선지해장국을 사주시기도 했었다 

처음 먹어보는 선지해장국이었는데 맛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무슨일인지 아버지 혼자 오셨었는데

졸업 사진을 찍는 사진사에게 그렇게 인색하게 굴으시면서 졸업식이 끝난 후

한국일보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양식당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사주셨다

아버지는 딸과 함께하는 어떤 로망이 있으셨던 것같다

현실과 이상이 달라 실망도 하셨다

초등학교 저학년때인 것같은데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야구 경기장에 가셨다

나는 야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경기는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나의 지루함으로 아버지는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하시고 실망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왜 나를 데리고 갔을까 싶다

오빠를 데리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버지는 이상주의자셨고 꿈속에서 살다 돌아가신 것같다